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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뉴베리 아너를 수상한 그래픽노블 'El Deafo'는 작가 시시 벨 자신의 어릴 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어린아이가 보청기라는 도구를 통해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담아내며,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포용과 공감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El Deafo'의 청각장애, 서사 구조와 메시지, 그리고 그래픽노블 형식이 주는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어린 시시 벨의 청각장애 이야기
'El Deafo'는 실제로 작가 시시 벨의 어린 시절을 바탕으로 한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시시는 네 살 때 뇌수막염으로 인해 청력을 대부분 잃었고 이후 보청기를 착용하며 여느 아이와 다름없이 일반 공립학교에 다니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평범한 일상이지만 우리가 보지 못했던 청각장애 아동이 겪는 외로움, 차별, 그리고 적응 과정을 이 책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작품의 가장 인상적인 점이라면 시시가 자신의 청각장애를 ‘약점’이 아니라 ‘슈퍼 파워’로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입니다. 그녀는 보청기를 통해 교사의 목소리를 교실 밖에서도 들을 수 있다는 점을 착안해 자신을 ‘El Deafo’라는 슈퍼히어로로 상상합니다. 이것은 장애를 부정하거나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자신만의 강점으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삶에 대한 주체적이고 당당한 태도를 의미합니다.
이 책은 작가 본인의 이야기로 몰입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단순히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내용이 아닌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청각 장애인으로서 ‘친구를 사귀는 어려움’, ‘다른 사람의 동정 어린 시선’, ‘자기표현의 한계’ 등 청각장애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2. 'El Deafo'의 서사 구조와 메시지
이 책은 단순히 청각 장애를 가진 작가의 어린시절을 쓴 것만이 아닌 아이들이 살면서 겪는 정체성 혼란과 자존감 문제까지도 녹여낸 작품입니다. 이야기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 내용으로 전개됩니다.
첫째, ‘소외’의 경험: 시시는 보청기를 착용했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이상한 아이로 여겨지며, 타인과의 거리감을 느낍니다. 이때 그녀는 ‘El Deafo’라는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려 노력합니다.
둘째, ‘관계’의 문제: 시시는 다양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실망과 배신을 경험하면서 '진정한 우정이란 무엇인가?'를 깨달아갑니다. 특히 친구 ‘로라’와의 갈등, ‘제니’의 태도는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지만 덕분에 시시는 '가짜친구'와 '진짜친구'를 구별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셋째, ‘수용’의 단계: 시시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점차 깨닫습니다.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엠마’라는 친구를 통해 시시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른사람의 시선보다 자신의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습니다. 그리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독자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줍니다.
“다름은 약점이 아니라 고유한 힘이다.”
이 메시지는 장애를 갖고 있는 독자에게는 용기와 긍정적 태도를, 장애를 갖지 않은 독자에게는 공감과 이해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특히 어린이 독자들은 포용성과 자기 수용이라는 가치 있는 삶의 태도를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3. 그래픽노블 형식의 효과와 교육적 가치
'El Deafo' 는 그래픽노블 형식로 그 특성상 이미지와 텍스트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감정의 변화, 인물의 표정, 공간의 분위기 등이 더 직관적으로 전달됩니다.
예를 들어, 시시가 친구의 행동에 상처받았을 때 말풍선을 사용하여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대신에 검은 배경 속 외로움을 그려냄으로써 단어 이상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한, 보청기를 통해 소리가 왜곡되어 들리는 장면에서는 청각적 차이를 시각화하여 청각장애인이 실제로 느끼는 세상을 체험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형식은 특히 만화를 좋아하는 어린 독자들이 감정을 보다 빠르게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글을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그림을 통해 내용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습니다.
'El Deafo'는 교육적 자료로 활용하기에도 훌륭합니다. 다양성과 포용, 자존감, 친구 관계 등 여러 교육 주제를 다루고 있어, 독후 활동이나 토론 수업에 적합해 보입니다. 또한 아이들이 직접 자신만의 ‘슈퍼파워’를 생각해 보는 글쓰기 활동도 해 볼 수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더 그래픽노블이라는 형식은 더 이상 단순한 만화책이 아니라 정서 교육과 사회성 학습에 기여하는 중요한 장르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El Deafo'가 그 대표적 사례로 뉴베리 아너 수상작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였습니다.
결론과 요약
'El Deafo'는 청각장애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 걸작으로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용기가 생기는 책입니다. 시시 벨의 자전적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특별한 힘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이야기이며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수용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래픽노블 형식이지만 실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감정이 더욱 깊이 전달되며, 어린이 독자에게는 의미 있는 독서시간을 선사합니다. 진정한 ‘슈퍼히어로’란 어떤 존재일까요? 이 책을 통해 함께 느껴보시길 바랍니다.